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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라면 참 마싰당

욕망 2013. 7. 19. 12:46 |

비도 오고 밖에 나가서 먹기도 귀찮고 해서 장마기간동안 라면이나 먹어야겠다 생각하고

집에 있는 동전 긁어모아서 4천 원 만들고 집 바로 앞의 편의점에 갔다.

대충 4천 원이면 라면 다섯개를 마음껏 고를 수 있겠단 생각을 했다. 그건 나의 오산이였다.

4천 원은 굉장히 애매한 돈이다. 라면의 귀족이라고 할 수 있는 무파마(1100원)는 3개밖에 못산다.

그렇다고 노비같은 스낵면(680원)을 사면 많이 살 수 있느냐? 그것도 아니다. 기를 쓰고 노력해도 5개밖에 못산다. 60원이 모자라니까.

여러가지 고민을 해보다가 일단 다섯개의 라면을 사기로 결정했다. 종류를 다양하게 해서 가격대를 분산시켜 4천 원을 다 쓰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렇게 고른 것이 위의 5봉지. 3980원이 나왔다. 이정도면 평타인 것 같다.

가장 처음 고른 라면은 삼양라면이었다. 왠지 구구절절하게 적혀있는 포장지가 마음에 들어 골랐다. 왠지 눈물샘 자극해줄 것 같은 느낌. 우리 엄마의 용감한 도전이라니...인간극장삘이 난다. 더불어 삼양라면 50주년 축하합니다.

다음은 안성탕면을 골랐다. 군대에서 정말 자주 먹었던 라면이다. 쌈장넣고 고춧가루 넣고 계락 팍 풀어서 노른자 안풀고 기다리다가 파 썰어넣고 다진 마늘 살짝 넣어주면 정말 맛있다.

다음으로 고른 것은 오징어짬뽕이다. 서울에서 자취를 시작하기 전 부모님께서 굉장히 좋아하시던 라면이다. 그래서 집엔 늘 오징어짬뽕이 쌓여있었고 정말 질릴때까지 먹었다. 나의 고등학교 시절 고향에서의 추억 한 켠엔 오징어짬뽕이 있다. 요즘 고향에 가고싶을 때가 많다. 고향 풍경, 어머니 밥, 화장실에 달려있는 비데, 양문형 냉장고, 동생 야동이 너무 그립다. 아무튼 라면 고르다 고향생각이 나서 오징어짬뽕을 골랐다.

다음은 사리곰탕을 골랐다. 너무 뻘건 국물 위주니까 내 마음도 빨갛게 변할까봐 하얀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 사리곰탕을 골랐다. 나의 정신적 순결을 지켜줄 사리곰탕...면발 다 건져먹고나서 삼각김밥 참치마요네즈(반드시 참치마요네즈를 골라야한다. 전주비빔밥 고르면 다 버린다.)를 똵 까서 말아먹으면 정말 천상의 맛이 따로 없다. 이건 컵라면에다 까넣어 먹어도 정말 별미다.

마지막은 진라면이다. 그냥 가격대 맞춰서 골랐다. 신라면보단 진라면이 좋다. 신라면은 뭐랄까...국물이 꽉 찬 느낌이 안든다. 신라면 블랙은 굉장히 국물이 알차단 느낌이 들지만 귀족라면이기 때문에 어차피 먹을 수 없다. 암튼 그냥 뻘건 봉지에 들어있는 신라면의 국물은 매운 물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진라면이 더 좋다. 진라면은 국물이 맛이 좋다. 봉지가 노란색이라 그런가? 계란을 풀지 않아도 계란이 풀린 느낌이 있다.

삼양라면을 꺼내들었다. 빼곡하게 적힌 사연이 궁금했다. 눈물 흘리면서 라면을 먹는 눈물 셀카를 찍고 싶었다.

하지만 별 내용은 없었다. 그냥 어머니께서 라면을 맛있게 드셨다는 이야기이다.

내가 이해력이 안좋은건지 어떤 부분이 어머니의 용감한 도전인지 잘 모르겠다.

몸에 좋지도 않은 라면을 삼시 세 끼 삼양라면으로 해결한 것이 용감한 도전인가? 

'(나트륨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부작용들에 대한)우리 엄마의 용감한 도전!' 이런 느낌이다.

눈물도 안난다. 삼양라면에게 속았다. 철저하게 농락당한 느낌이다.


물이 끓는다. 사진으로 보니 주방 벽 앞에 기름때가 참 많군. 하하.




찢어버렸다. 삼양라면. 날 갖고 논 삼양라면 나쁜 삼양라면 찢어버릴거야.




삼별초같은 삼양라면.

삼양라면에게도 삶에 대한 의지가 있는 것인가? 마지막까지 자신의 모습을 잃지 않으려는 굳은 의지가 느껴진다.

올해로 삼양라면이 50년 되었다고 한다. 거의 광복과 동시에 먹기 시작한 것.

그래서 그런지 냄비에 빠지지 않고 버티는 모습을 보며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는 훼이크고 끓는 물 사이로 빼꼼히 고개를 내민 라면 면발이 터미네이터같다.


라면은 잠깐 설익을때까지 끓였다가 불을 끄고 30초 정도 뚜껑을 덮고 기다리는 방식으로 끓였다.

암튼 삼양라면은 국물이 정말 맛있다. 하지만 국물의 퀄리티에 면발이 못따라오는 느낌이 든다.

뭐랄까...홍수로 수해를 입은 논에서 채 여물지 못하고 바닥에 널부러진 볍씨를 바라보는 농민의 축축한 마음같은 면발이다.

그렇다고 면발이 못먹을 정도는 아니고 국물이 정말 맛있으므로 내 별점은











안알랴줌

Posted by 꼬장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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